생의 감각

 - 김광섭 -

여명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다.

깨진 하늘이 아물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 빛은 장마에 황야처럼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참 오래간만에 시에 관한 포스팅을 합니다ㅎㅎ

이런저런 생활 속에서 여유를 찾지 못해 포스팅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워낙 시를 좋아하다보니, 서점에 종종 들러 시집을 읽곤 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시들보다는 왠지모르게 그 이전의 시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듯 하더군요 ^^;;

 

제가 좋아하는 시의 특성이 사실, "남의 이야기 하듯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인데요,

어찌보면 그런 방식이, 좀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다 "자기 일"이 가장 힘들고 고된 법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해 지기 때문에

아마 그래서 이런 "담담한 말투"의 시가 익숙하게 느껴지고,

또 감정이입이 되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릴적엔 동시를 좋아했던걸까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그런 동시 말이죠^^)

 

사실 김광섭 시인은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로 더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 시 보다는 이 "생의 감각"이라는 시가 더 제 마음에 확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 시에서 3번째연의 표현이 특히나 더 그렇더군요.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다. 깨진 하늘이 아물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사실 이 부분은, 시인이 병에 걸렸을때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서술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니 정확하게 이 시 자체가 "시인의 병고 체험"을 시로 형상화 한 것입니다.

 

 

 

 

[1연] 생명의 소생을 "여명"이라는 단어를 통해 그 출발점으로 잡았습니다. 

 

[2연] 우리는 누구도 혼자 살아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소생의 그 순간부터 알수 있습니다.

타인과 연대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객관적인 세계"라는 큰 틀 속에 "나"라는 존재가 속해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라는 "실존적인 자각"을 하게 됨을 알리는 부분입니다.

 

[3연] 이 부분은 시인이, 병으로 겪었던 고통의 체험을 되돌아 본 부분입니다.

"깨진 하늘", "장마", "흐린 강물" 같은 자연물에 자신의 "병고"를 빗대어 상징하였으며, "무너짐", "깨짐"등의 시어를 통해 절망적인 심리를 구체화 하고 있습니다.

 

 

[4연] 이 부분에서 시인은, 그 무너지는 둑 위에 서서 "채송화"를 바라보며 생명 부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절망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채송화라는 심리전환의 매개체를 이용해 보여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담담하게 서술하지만, 실상은 시인이 병마와 싸우고 이겨낸 그 과정을 형상화한 시 라는데에서 저는 더 큰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병마와 싸우면서 "생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게 된 시인의 그 마음이 관조적이면서도 의지적인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등..

그런 사람들, 아니 비단 그정도의 고통이 아니더라도 어쨋거나 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겪고 그것을 발판 삼아 다시 일어 서게 되지요.

때로는 그로인해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로인해 성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 이후의 사람은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곤 합니다.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바로, 단순한 감사함이 아닌 "경외감"을 가지게 되는 것 말입니다.

 

 

 

Posted by er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