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그는..

- 류시화 -


내가 아는 그는..

가슴에 멍자욱같은 새발자욱 가득한 사람이어서..

누구와 부딪혀도 저 혼자 피흘리는 사람이어서..

세상 속에 벽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일생을 벽에 문을 낸 사람이어서..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마시는 사람이어서..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지평선같은 사람이어서..

때로 풀처럼 낮게 우는 사람이어서..

고독이 저 높은 벼랑 위 눈개쑥부쟁이 닮은 사람이어서..

어제로 내리는 성긴 눈발같은 사람이어서..

만개의 기쁨과 만개의 슬픔..

다 내려놓아서 가벼워진 사람이어서...

시들기 전에 떨어진 동백이어서..

떨어져서 환해진 사람이어서..

떨어져서 더 붉게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죽어도 죽지 않는 노래같은 사람이어서..





하루 한편씩 시를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요즘은.. 좋은 시를 찾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


어떤 날은.. 엄청 슬픈 시를 찾아 읽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말도안되게 달달한 시를 찾아 읽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시를 읽기도 하고..

그리고 그러면서 울고 웃는 요즘..


쫓기지 않는..  편안한 느낌에 행복하고..

나 스스로를 괴롭혀왔던 쓸데없는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진 듯 싶다.




Posted by er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