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이 시도 상당히 좋아하는 시입니다^^;;
좀 우울하고 어두운 느낌이 드는듯 하지만..^^;;;;
아무튼!!
이 시를 한번 해석해 볼까요??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는, 해가 지는 분위기..
즉 노을이 지는 어두운 , 가라앉는 느낌이 가득한 분위기입니다.
해가 지면 어둠이 찾아오겠죠? 바로 그 직전입니다.
이 시에서도 마찮가지입니다.
첫 행에서 "지는 저녁해"는 소멸의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즉, 어둡고 가라앉는, 모든 것이 어둠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이 시어를 통해 시적 화자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바로 그 뒤,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이 부분을 잘 보세요^^
[[모든 것들이 어둠속에 침식되어가는 이 시간, 이 소멸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단지 "오늘"만이 아닌 "오늘도"라는 표현을 통해 그 사랑이 계속되어왔음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그리고 그 뒷부분, 별이 보이지 않고, 겨우 새벽달만 보이는 그 상황에서 어두운 바닷가에 나아가 울었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시적화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대를 만날수 없는 이 어두운 상황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을 자연환경에 빗대어 표현하였지요.
그 다음, "날 저문 하늘"이라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별"이라는 사랑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극한의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뒤의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에서는 끝도 없는 기다림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지요.
그대를 만날수 없는 절망감을 "어둠의 바닷가"로, 외롭고 구원받을수도 없는 쓸쓸한 운명을 "저무는 섬" 즉 화자로 표현하고 "울었습니다"라는 표현으로 극대화 시켰습니다.
그리고,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라는 표현은, 정말로 사람들이 사라진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기다림이 점점 내면화되어 감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라는 표현은, 마지막연의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라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형상화 했지요.
그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이 부분을 통해 더 깊은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보았던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이부분을 생각해보세요. 이때의 "새벽"보다 "더 깊은 새벽"이라는 것은, 즉,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이야기합니다.
한마디로 화자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그대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지요.
이 부분을 놓고 역설이니 반어니 말이 많기는 합니다만, 잘 생각을 해봅시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이 시의 화자는 여전히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 "기다림"이 "사랑하는 일"보다도 더 행복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시적화자가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그대가 돌아오는 것"이니 말입니다^^;;
역설이라는 것이 "의미가 모순되지만 어떠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이 부분은 "역설"일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총정리해본다면,
화자는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과 외로움 속에서도 "그대"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절망이 반복되는 과정을 겪어나가면서 그 기다림을 수용하고 그로인해 그 그리움은 점점 깊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다림을 그만두지 않겠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돌아올때까지,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이 다가올 지라도, 그래도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어서 빨리 돌아오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