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시그널 1화.

"공소시효"


2000년 7월.. 정확히 15년 전.

하염없이 비가 쏟아져 내리던 방과후.

소녀는 우산이 없어 엄마를 기다리며 서있었고, 소년은 우산이 있었지만 낡은 우산이 부끄러워 우산도 쓰지 않은채 빗속을 내달렸다.

그리고 그 중간에 얼핏 보았던 빨간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옷을 입은,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을 한 여자를 보았다.

잠시 후 그 여자는 소녀를 데리고 사라졌고, 바로 그날 2000년 7월 29일, 소녀는 유괴되었으며 결국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헌데,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여자가 아닌 남자.



소년은 경찰서를 찾아가 범인은 남자가 아닌 여자라며 울부짖었지만 그러나 어린 소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건은, 엉뚱한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만을 계속 반복한 채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5년의 시간동안, 소녀의 엄마는 경찰서 앞에서 묵묵히 딸을 위한 1인시위를 계속했고,

소년은 꾸준히 범인은 여자임을 경찰을 찾아가 밝혔고, 언젠가는 경찰이 그 여자를 잡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15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소년은, "경찰이 엉뚱한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한채, 목격자의 진술을 묵인한 것은 결국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임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경찰에 대한 불신이 남은 채,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이 된다.



소녀의 엄마의 가슴에 피멍을 남긴 유괴사건은, 그렇게 15년의 시간이 지나,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둔 상황에 다다랐다.

그리고 경찰을 증오하는 경찰이 된 소년(박해영 경위)은 경찰이 하지 말아야 할 품위없는 짓을 계속하다가 차수현형사와 얽히게 된다.

헌데 하필 그 장소는, 자신의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바로 그 관할서.

해영은 그곳에서 아주 우연히 낡은 "무전기"하나를 발견, 그 무전기에서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된다.


게다가 그 목소리는, 15년전 바로 그 "유괴사건"의 수사상황과 관련된 목소리.

무전기 건너편의 그 목소리는 말도 안되게도 15년전, 유괴사건을 맡은 이재한 형사의 목소리였다.

15년전의 이재한 형사는 정신병원 뒤의 맨홀에서 목을 맨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내용을 해영에게 무전으로 전한 후,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해영은 그 목소리를 따라 정신병원의 뒤에 위치한 맨홀을 살펴보게 되고, 그곳에서 아주 오래되어 썩어 문드러진 유골을 발견, 차형사에게 연락, 유골의 DNA를 과거 유괴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서형준의 DNA와 비교해달라고 요청한다.



15년전의 누군가와 무전을 나누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러나 결국 발견한 유골의 DNA는, 15년전 유괴사건의 용의자였던 서형준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고, 그 유골의 엄지손가락 역시 잘려진 그대로인 상황.

사실상 공소시효를 이제 29시간도 채 안남긴 상황에서 경찰의 선택은 당연히, "범인이 죄책감에 자살을 했다"이길 원했고, 실제로 윗선에서는 그렇게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똘끼 충만하고 경찰에 대한 불신이 한가득인 해영.

결국 기자들 앞에서 "용의자인 서형준 역시 진범에게 살해당한 것이다"라며 밝히고, 자신이 그 범인을 목격했으며, 이미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떠벌린다.

(물론, 이는 진범에게 조바심을 느끼게 하기 위한 일종의 덫을 놓는 작전.)



갑자기 어디서 굴러먹은 개뼉다귀같은 녀석이, 단독행동을 하는 통에 결국 사건이 커져버리게 되고.

그렇게 공소시효를 27시간 남긴 그 순간부터, 진범 찾기를 위한 조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한편, 이미 덫을 쳐놓은 해영은, 곧 진범의 주변인들이 제보를 해 올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실제로, 여러통의 제보가 쏟아지며, 경찰들은 그 제보 속 주인공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촉박한 시간.. 잘못된 제보들이 하나 둘 걸러져나가던 상황 속에서 걸려온 확실한 전화 한통.

해영의 프로파일링과 일치하는 진범에 아주 유사한 여성을, 간호사를 발견, 그녀를 경찰서에 잡아다 앉히는데까지 성공한 경찰들..

하지만 프로파일러 해영은, 그녀가 진범이 아니며, 오히려 진범이 쳐놓은 덫에 경찰이 보기좋게 걸려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진범은 아마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경찰이 놀아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정말로, 진범인 그 여성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경찰을 농락하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발견한 해영은, 소년이었던 당시 똑바로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그때와 달리 그녀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수많은 차가 오고가는 대로변, 저편을 향해 걸어가는 범인을 쫒는 해영.

차들이 지나가고 난 후 그의 눈앞에는 범인 앞에 서있는 차형사의 모습이 보이고,

그 둘을 향해 걸어간다.



섬뜩한 눈빛, 하얀 피부에 핏빛같이 붉은 입술의 진범.

이제 남은 공소시효기간은 고작 20분 남짓인 상황.


자신의 손바닥위에서 놀아난 경찰들, 형사의 모습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일말의 죄책감은 물론, 사람으로서의 양심도 하나 없어보인다.

그저 그녀의 눈빛, 표정에 보이는 감정은 비웃음 뿐.



죄책감따위 느끼지 않는 듯 경찰의 약을 바짝바짝 올리던 진범인 그녀는, 이제 20분만 더 버티면 완벽하게 무죄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그래서 경찰을 농락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그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일 뿐.


짧은 시간, 20분동안, 경찰은 그녀에게서 자백을 받아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공소시효는 끝나버리고, 결국 어린 소녀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상황.


헌데 이쯤에서 한번쯤 물어보아야 할 질문..

"도대체 공소시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공소시효가 지나면 사람을 죽인 것이 없던 것이 되는 것인가."



지독히 현실적이어서, 그래서 더 씁쓸한 시그널 1화의 "유괴사건".

해맑은 웃음이 예뻣던 소녀의 죽음은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이미 시그널은 4회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회를 거듭할 수록 점점 더 잔인하고 섬뜩한, 그리고 지독히 현실적인 사건들이 담긴 드라마 시그널은,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게 아닐까..??

씁쓸하고 잔혹한 현실을 온전히 담고 있기에, 그래서 더...!!!


Posted by er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