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정하 -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Posted by eriny